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 위반 범죄는 매우 복잡·다양한 양상을 가진다. 애초에 마약류관리법에서 구분하는 ‘마약류’의 종류(양귀비, 코카인 등 ‘좁은 의미의 마약’, 대마,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향정신성의약품)부터가 매우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가공하거나 합성한 이른바 ‘신종마약’류가 생겨난다.
마약류관리법 위반죄에 해당하는 행위의 양태를 보아도,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들의 단순 구매 및 소지·보관·사용 등 취급행위에서부터, 제조(재배), 매매(“도·소매”), 나아가 여러 사람이 조직적인 방식으로 해외에서 국내로 마약류를 들여오는 것까지(수입) 천차만별이다. 마약류가 국내로 유입되는 경로와 유통(거래) 방식, ‘최종 소비자’의 사용 방식 또한 다변화되고 있다.
언론 보도만 보더라도 대한민국은 점차 ‘마약 청정국’과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최초로 마약류를 접하는 시점의 나이대가 낮아져서 심지어 미성년자들 또한 마약류의 불법적인 유통에 연루된다. 마약류를 거래(매매)하는 방식 또한 은밀하고 간편·용이하게 되었다. 특히 가상자산과 텔레그램, 타인 명의 계좌(“대포통장”)을 활용하여 쉽사리 추적하기 어렵게 한 거래가 매우 흔해졌다. 이에 법무부와 법집행기관은 마약류 관련 범죄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천명하였다.
마약류관리법위반 사건으로 수사 및 재판을 받게 되어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형사재판의 변론 과정에서 검사의 구형 의견(예 : “피고인에게 징역 XX년, 재활교육 이수명령, 추징금 $$원을 선고하여주시기 바랍니다”)을 청취하게 된 피고인(들)이 유독 부담스러워하고 궁금해하는 대목 중 하나는 추징금이다.
마약류관리법 제67조(몰수)는, ‘이 법(마약류관리법)에 규정된 죄에 제공한 마약류·임시마약류 및 시설·장비·자금 또는 운반 수단과 그로 인한 수익금은 몰수한다. 다만, 이를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價額)을 추징한다’고 하여, 마약류 관련 범죄에 사용된 마약류(임시마약류) 자체 및 시설, 장비, 자금, 수익금 등을 피고인으로부터 몰수하고, 만일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에 상당한 금액을 피고인으로부터 추징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필요적 몰수·추징).
특히, 마약류관리법에 따른 몰수(추징)은 단순히 (마약류취급등)범죄행위로 인하여 이득을 얻은 경우 이를 박탈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징벌적’ 성질을 가진 처분이고, 그 범행으로 인하여 이득을 취한 바 없다 하더라도 법원은 가액의 추징을 명하여야 할 뿐 아니라, (마약류의) 소유자나 최종 소지인 뿐만 아니라 동일한 마약류를 취급한 자들에 대하여 (각자가)그 취급한 범위 내에서 가격 전부의 추징을 명하여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례이다.
예를 들어, (1)판매자로부터 마약류를 구매하여, 그 중 일부는 사용하여 소비해버리고, 나머지 분량을 소지(보관)하고 있다가 검거되어 재판에 넘겨진 경우를 생각해 보자 [단순 소지, 보관, 사용]. 사용하지 않은 채 소지하고 있던 마약류는 당연히 압수되어 이후 몰수·폐기의 과정을 거치게 되나, 이미 소비해버려서 물건(마약류) 자체를 몰수할 수 없는 분량에 대해서도 그 가액 상당 금액이 추징될 것이다. ‘이미 사용해서 없어진’ 부분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형사적인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물론, 행위자(피고인)로부터 얼마를 추징할 것인지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행위자가 얼마만큼의 마약류를 소비하였는지를 정확하게 알아야(사용량을 ‘특정’하여야) 하는 이상, 증거기록을 통해서도 이 특정이 되지 않는 경우 실무상 추징이 따로 선고되지 않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2)그런데 마약류를 단순히 소지만 한 것이 아니라, 나아가서 대가를 받고 판매하다가 수사기관에 꼬리가 잡혀 검거되었을 때는 어떠한가 [재배, 매매, 매매 목적 소지·보관 등]. 앞서 마약류관리법 제67조의 문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단순히 마약류 자체뿐만 아니라, 해당 범행에 제공한 시설·장비(예 : 상세한 설명은 할 수 없겠지만 대마초 재배에 활용하였던 각종 전문 장비)·자금이나 마약류 판매로 얻은 수익금 일체도 몰수 또는 추징(행위자들로부터 몰수할 수 없는 경우)할 수 있다.
다수인에 대하여 대가를 받고 판매하였을 경우, 이미 매매하여 판매자 자신이 소지하지 않게 된 마약류 부분에 대해서도 이를 ‘취급’한 것으로 넉넉히 볼 수 있다. 때문에 취급한 마약류의 분량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도출된다면(대다수의 경우 판매내역 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으므로), 소지·보관하고 있던 마약류나 장비, 수익금이 압수(몰수)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가액 상당의 추징 또한 각오하여야 한다. 특히, 수 인의 행위자가 마약류를 공동으로 취급하여 마약류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면, ‘징벌적 성질의 처분’으로서 추징은 각자가 취급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다. 동일한 액수의 추징액을, 피고인들이 각자 지게 되는 것이다.
마약류범죄의 성질상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중대하고 심각한 점, 마약류 유통이 점차 확대되는 점, 마약류의 불법적인 유통과 확산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할 공익적 필요성이 크다는 점, 징벌적 추징도 각자가 취급한 마약류의 범위를 한도로 하게 된다는 전을 고려할 때, 마약류관리법상의 추징을 ‘징벌적 성질의 처분’으로 보는 현재의 해석론에는 이견의 여지가 적어 보인다.
■ 참조판례 :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1695 판결, 대법원 1989. 12. 8. 선고 89도1920 판결,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1도5158 판결(공동범행일 경우 각자에 대하여 그가 취급한 범위 내에서 가액 전액의 추징을 명한 사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