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판결 선고기일 공판정, 힘겨운 재판 절차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의 심경은 어떨까. 극도로 불안했던 마음이 안도와 기쁨으로 바뀌고, 긴장과 맥이 탁 풀리게 되지 않을까. 당사자인 피고인 본인이 아니라면 이때의 심경이 어떨지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공판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의 바로 옆에서 최선을 다해 변론했던 변호인이라도 말이다.
법원행정처에서 발간한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접수된 형사 1심 공판사건 총 219,908건(사건수 195,183건) 가운데 미제 사건을 제외하고 ‘무죄’ 판결이 선고되는 사건의 수는 7,016건이라고 한다(일부 무죄, 형 면제판결을 제외한 전부 무죄). 형사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는 사건의 비율이 대략 3% 안팎이라는 것이다.
만일 형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확정된 경우 그 사건에서의 피고인은 어떻게 되는가. 더는 죄인 취급받지 않아도 되고 형벌을 받을 두려움에 떨지 않아도 된다. 만일 수사 또는 공판 과정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신체가 구속된 상태로 형사절차를 거쳤다면, 당연히 석방되어 자유의 몸이 된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미 지난한 재판 절차를 거치며 피고인의 몸과 마음은 지치고 일상은 교란되었을 것이다. 판결 확정 전까지의 구속 기간(미결수용기간) 동안 입었던 실질적인 피해는 또 어떠한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약칭:형사보상법)은 형사소송 절차에서 무죄재판 등을 받은 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실질적 명예회복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을 위한 방법과 절차 등을 규정하여 두었다. 특히 형사보상법상의 보상요건(형사보상법 제2조)을 보면, 형사소송법상의 일반 절차뿐만 아니라, 재심이나 비상상고 절차에서 무죄재판을 받아 확정된 사건의 피고인이 ‘미결구금(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금됨)’을 당하였을 때 국가에 대하여 그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1항).
미결수용기간이 없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던 피고인의 경우, 앞선 경우에 비해서는 비교적 손해 내지 손실이 덜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응의 보상을 아예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형사보상법에서뿐만이 아니라, 형사절차와 관련한 일반법인 형사소송법에서도 무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사건(당해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자에 대해 그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할 것과, 비용보상의 절차 및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내지 제194조의5). 피고인은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국가에 대하여 당해 사건에 대하여 (형사)비용보상청구권을 갖게 되는 것이다.
형사보상법상의 형사보상청구와 형사소송법상의 비용보상청구는 그 내용이나 목적, 보상의 절차라는 측면에 있어서 극명하게 차이를 보이는 절차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형사소송법에서는 비용보상청구권의 내용이나 절차, 다른 법률에 따른 손해배상과의 관계, 보상을 받을 권리의 양도나 상속 등 세부적인 사항에 관하여 형사보상법의 내용을 따르도록(준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형사보상법상의 보상은 무죄 재판이 확정된 피고인이 형사절차가 진행되던 중 미결수용(신체구속이나 형의 집행)된 것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강하고, 수사 과정에서의 피의자에 대한 보상제도 또한 규정한 한편, 형사소송법상의 비용보상청구제도는 당해 재판에 소요된 비용(절차 진행 중 법정에 출정함에 따른 여비 또는 일당, 변호인의 보수)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 크다.
앞서 법원행정처 2023 사법연감의 통계를 바탕으로 형사 사건 중 무죄 판결의 비율이 낮은 편임을 언급했는데, 같은 연도 지방법원에 접수된 형사보상 사건은 3천 건을 밑돌아, 무죄 판결 시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나, 이를 보장하는 제도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 또한 지적할 수 있다. 물론 형사보상법에 따른 형사보상과 형사소송법상의 따른 비용보상은 무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의 일이므로, 일반적인 형사소송 절차에서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검사 측에서 상소를 제기하는 한 무죄 판결이 항소심 또는 상고심에서 확정되기까지는 아직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다.